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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뜨개질 입문기
    카테고리 없음 2020. 2. 16. 18:27

     

    수세미도 사진도 똥손....

     

   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여고 동창생 친구가 코바늘로 뜬 수세미를 몇 장 건네주었다.

    갱년기 불면증으로 잠이 안 올 때 수세미를 뜬단다.

    덕분에 나의 주방에 색색의 예쁜 뜨개 수세미가 걸려 있다.

    의외로 쓸모 있고 주방에서 장식 역할도 한다.

    3주 정도 사용한 뒤 마지막 보내는 길에 개수대 하수구 청소로써 수세미로서의 생을 마무리해 준다.

    친구의 불면의 밤이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결과라니...

     

    그 옛날 앳된 아가씨였을 때 하얀 뜨개실과 코바늘로 크고 작은 레이스 소품들을 떠서 TV 위에, 작은 탁자 위에 서랍장 위에 깔고 덮어 놓던 기억이 있다.

    얼마 전 딸과 남대문시장 구경을 갔다가 반짝이 수세미실을 파는 가게 앞에 멈춰 서서 구경을 했다.

    살까? 사 보자....

    코바늘과 연하고 고운 색 실 몇 타래를 사 들고 와서는 코바늘 뜨는 법을 기억해 보려고 애쓰다 보니... 아, 유튜브가 있지... 세상 참말로 편해졌다. 나 같은 할줌마한테는 너무나 고마운 채널이다. 없는 게 없다~~ 사실 없는 게 뭔지도 잘 모르지만...

    초짜 뜨개 손꾸락한테 우리 딸은 곰돌이를 떠 달란다. 곰돌이??? 몇 달 기다려 봐 봐, 곰이랑 강아지랑 고양이랑 쥐랑 엄마 손끝에서 막 튀어나올지도 몰라~

     

    세상 자질구레한 걱정거리에 지배당해서 꼼짝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.

    누군가로 인해 상처 받고 생각이 복잡해질 때도 종종 있다.

    이럴 때는 뭔가에 몰두하는 것이 그 시간을 무탈히 건너는 방법인 듯하다.

    친구의 불면의 밤이 지나고 나면 형형색색 수세미가 탄생되는 것처럼, 나도 요 며칠 심란한 시간을 뜨개질로 건너고 있다.

    어제는 하루 종일 코바늘 뜨기에 몰두했다. 쌩초보가 수세미를 하루에 무려 2개나 만들어 냈다.

    나이 든 눈이 침침해 뜨개코가 잘 보이지 않아 불빛에 비춰 가면서 코 찾느라 미간을 사용하고, 모양이 제대로 갖추어지는지 확인하고, 코 수가 안 맞으면 풀렀다 다시 뜨고.... 시간 잡아 먹기에는 최적의 작업이다.

     

    어설프지만 모양을 갖추어 태어난 수세미들을 보니 잠시 기분이 밝아진다.

    뜨개질 초보한테 하트가 제일 만만하더라. 아유~ 이쁘네...

    복잡한 속내를 엮어낸 수세미가 마음의 심란함을 씻어 주는 쓸모도 있는가 보다.

   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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