ABOUT ME

-

Today
-
Yesterday
-
Total
-
  • 주부의 혼브런치
    카테고리 없음 2020. 2. 9. 19:06

     

    요즘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. 내 시간이 넘칠 지경이다.

    직장에 몸담고 있을 때는 벌건 대낮에 집에 앉아서 커피 마시고 책 읽는 시간을 얼마나 동경했던가.

    특히 비오는 날, 눈오는 날에는 출근 않고 집에서 창밖을 보며 차나 마시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비현실적 상상을 하며 회사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.

    이제 막상 그 시간과 공간이 주어졌을 때는 낯선 한가로움을 감당하기가 어려워 방황 아닌 방황을 하곤 한다. 

   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되는 건가? 시간을 순전히 낭비하는 거잖아... 

    삶의 회오리 한가운데를 지나고 찾아 온 휴식은 나를 불안하게 했다. 수십년 간 쫓기듯 이리저리 뜀박질하며 살아온 몸과 마음 모두가 적응을 못했다.  

    처음에는 집안일도, 책 읽는 일에도 집중을 못 했고, 차를 마셔도 지금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느라 여유롭지 못했다.

    우리에게 쉼은 노동만큼이나 가치가 중하다.

    너무나 어렵고 힘겨울 때 내가 잡고 있는 걸 놓아 버리고 아주 잠시만이라도 쉴 수 있는 지혜를 키워 왔다면 어땠을까. 왜 그렇게 꾸역꾸역 붙잡고 살아내느라 더 힘겨워지곤 했을까. 쉼표를 찍는 용기를 가졌더라면 지금의 삶도 한결 여유롭게 맞이했을 텐데...

    퇴직을 하고서야 수십 년만에 비로소 주부라는 이름을 얻었다.

    집 안에서의 하루는 바깥생활 못지않게 빠르게 사라진다. 게으르게 아침을 맞이하는가 싶으면 가뜩이나 짧은 겨울해가 순식간에 꼴깍 넘어가고 창밖이 어둡다. 뭘 했다고 하루가 이렇게 빨리 가냐... 허무하네...

    하루도 짧은데다 활동량이 적어지니 식사도 자연스럽게 하루 두 끼가 되었다.

    가족들은 예전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뿔뿔이 흩어져 나가고 혼자 남은 시간... 향 좋고 신선한 커피를 갈고 내려 간단한 식사를 하는 브런치 시간이 조금씩 기분좋아진다. 

    이젠 빡빡하게 돌지 않아도 나름대로 속 찬 하루들을 만들 궁리를 하는 중이다.

    막상 생각해 보니 또 뭐가 이렇게 할 게 많은 거야...?

      

      

Designed by Tistory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