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뜨개질 입문기카테고리 없음 2020. 2. 16. 18:27
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여고 동창생 친구가 코바늘로 뜬 수세미를 몇 장 건네주었다. 갱년기 불면증으로 잠이 안 올 때 수세미를 뜬단다. 덕분에 나의 주방에 색색의 예쁜 뜨개 수세미가 걸려 있다. 의외로 쓸모 있고 주방에서 장식 역할도 한다. 3주 정도 사용한 뒤 마지막 보내는 길에 개수대 하수구 청소로써 수세미로서의 생을 마무리해 준다. 친구의 불면의 밤이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결과라니... 그 옛날 앳된 아가씨였을 때 하얀 뜨개실과 코바늘로 크고 작은 레이스 소품들을 떠서 TV 위에, 작은 탁자 위에 서랍장 위에 깔고 덮어 놓던 기억이 있다. 얼마 전 딸과 남대문시장 구경을 갔다가 반짝이 수세미실을 파는 가게 앞에 멈춰 서서 구경을 했다. 살까? 사 보자.... 코바늘과 연하고 고운 색 실 몇 타래를 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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온실을 나온 불안한 바보카테고리 없음 2020. 2. 15. 17:31
수많은 순간, 나의 결정을 재촉하는 상황 앞에서 흔드는 대로 흔들렸다. 흔들리는 마음으로 집어 든 선택은 늘 실패했다. 살아 오면서 얕은 판단력과 준비 미흡으로 손해를 보기도 많이 봤다. 문득문득 그런 어리석은 나 자신을 만날 때는 내 피붙이에게도 나를 드러내는 게 부끄럽고 두렵다. 그 중 어떤 결과는 수 년, 수십 년이 지나서도 감당해야 하는 것이 있기도 하다. 어느 때엔 실패의 산 증인이 된 듯하여 남몰래 뒷목을 잡고 깊은 한탄을 뱉어낸다. 실패를 경험하고도 또 지혜롭지 못한 선택을 한다면 그건 그냥 바보인 거다. 나는 바보다.... 가족들은 나에게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른다고 타박한다. 내가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퍼부은 직장이라는 곳이 정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온실이었나 보다. 그 곳 외에 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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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부의 혼브런치카테고리 없음 2020. 2. 9. 19:06
요즘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. 내 시간이 넘칠 지경이다. 직장에 몸담고 있을 때는 벌건 대낮에 집에 앉아서 커피 마시고 책 읽는 시간을 얼마나 동경했던가. 특히 비오는 날, 눈오는 날에는 출근 않고 집에서 창밖을 보며 차나 마시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비현실적 상상을 하며 회사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. 이제 막상 그 시간과 공간이 주어졌을 때는 낯선 한가로움을 감당하기가 어려워 방황 아닌 방황을 하곤 한다.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되는 건가? 시간을 순전히 낭비하는 거잖아... 삶의 회오리 한가운데를 지나고 찾아 온 휴식은 나를 불안하게 했다. 수십년 간 쫓기듯 이리저리 뜀박질하며 살아온 몸과 마음 모두가 적응을 못했다. 처음에는 집안일도, 책 읽는 일에도 집중을 못 했고, 차를 마셔..